2일차 기록 (2016년 6월 28일, 스탠포드대학교, 구글본사 방문)

아침 공기가 제법 상쾌했다. 전날 금문교와 도심의 야경을 만끽한 뒤, 나는 일찌감치 눈을 떴다. 오늘의 목적지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과 그 인근의 구글 본사(Google Headquarters). 미국 서부에서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었다.

벤츠 버스에 다시 올랐다. 한 시간 남짓 부드럽게 달린 끝에, 드디어 스탠포드 대학 교정에 도착했다. 넓은 캠퍼스와 스페인식 건축물,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한 ‘대학’의 이미지를 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오가며, 캠퍼스 내 곳곳엔 연구 센터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자리했다. 명문 중의 명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지적 호기심과 학문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나와 일행은 기념품점을 둘러보며 스탠포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골랐다. 빨간색 바탕에 ‘STANFORD’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모두가 한 벌씩 사들였다. “우리 이렇게 다 같이 스탠포드 티셔츠 맞춰 입었으니 동문회 한 번 열어볼까?” 라며 누군가가 농담을 던졌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스탠포드 졸업생인 양 우쭐해하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그만큼 이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웠다.

잠시 캠퍼스를 산책하며 잔디밭에 앉아보기도 했다. 아침 햇살이 따사로웠고, 학생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묘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곳에선 늘 그렇듯, 꿈과 목표를 가진 젊은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잠시 머물 뿐이지만, 그 열정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점심 무렵, 버스는 다시 도로 위를 달렸다. 이번 목적지는 구글의 본사인 ‘구글플렉스(Googleplex)’. 실리콘밸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기업답게, 캠퍼스 안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구글 로고 조형물과 자전거들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환한 날씨 속에서 알록달록한 구글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는 직원들을 보니, 이곳은 일터라기보다 끝없는 실험실 같았다.

공식적인 투어가 가능한 곳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IT 산업의 심장을 체감했다. 전 세계의 정보와 혁신이 여기에서 태어나고 확장된다고 생각하니 경외감이 들었다. 회사의 사훈인 “Don’t be evil”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며, 기술과 윤리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 길, 뒷좌석에서 일행들이 구글 본사 앞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웃고 있었다. 스탠포드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은 것이 의도치 않은 재미를 더한 것 같았다. 누군가는 “이러다가 구글에도 지원하는 거 아냐?”라며 또 한번 농담을 던졌다. 모두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하루 만에 명문 대학과 혁신 기업의 본고장을 둘러보고 나니, 이 지역이 왜 그렇게 특별한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학문과 창의력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이 공간은,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중이었다. 내가 이곳을 떠나 더 동쪽으로, 미국의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때, 오늘 느낀 영감과 에너지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국 횡단여행의 둘째 날이 저물어간다. 스탠포드 로고가 선명한 티셔츠 한 벌, 사진 속의 미소,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오늘의 수확물이었다. 이제 머지않아 다시 길 위에 올라 다른 도시와 만날 준비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