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표, 제주에서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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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색달해변에서 마주한 삶의 파도

제주 정사부 2024. 11. 26. 19:46

중문색달해변에선 언제나 파도가 말을 건다. 투명한 물빛 위로 흩어지는 하얀 포말은 마치 내가 지나온 시간들과 같았다. 잔잔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때론 거세게 몰아치며 나를 휘청거리게 했던 날들. 그 파도는 바람을 품고, 비를 끌어안으며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너는 행복하니? 그때의 선택이 옳았니?”

나는 그 질문에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마치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파도와 바람과 비는 얽히고설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누군가는 내 곁에 오래 남아 바람처럼 나를 흔들어 놓았고, 누군가는 비처럼 스쳐가며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모두가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었다.

해변을 걷다 보면,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희미한 미래가 보인다. 그곳엔 또 어떤 파도와 바람, 비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두렵지 않다. 파도를 맞아본 몸은 더욱 단단해졌고, 바람에 흔들린 마음은 한층 유연해졌다.

중문색달해변의 끝에 서서 나는 깨닫는다. 삶은 이 바다와 같다.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며, 모든 만남과 헤어짐, 고요와 소란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풍경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바다의 일부로, 앞으로도 파도와 함께 나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