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트래킹
- 입이즐거운 맛
- 미국여행
- BBQ
- 힐링
- 제주문화
- 제주여행
- 쪼꾹이
- 해장국
- 읽고 쓰고
- 가이드
- 죽움
- 세인국제
- 제주도
- 탄핵
- 타르마
- 새로 읽고
- 제되로된
- 카지노
- 이죄명
- 상식적이지 않다
- what can i do?
- 정치인에게 도덕은 껌이다
- 탄핵과 낙지
- 회식
- 도보여행
- 동료
- 에어비앤비
- 미국횡단
- 정치대화 피하기
- Today
- Total
삶의 쉼표, 제주에서 다시 쓰다!
11.12일차 기록(2016년7월7일-8일/Yellowstone National Park) 본문
아침 햇살이 깊은 숲 사이로 스며들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우리를 환영했다. 가을의 끝자락, 공원은 잔잔한 고요 속에서도 생동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전날 저녁, 라면과 바비큐를 준비할 수 있는 소박한 시설이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설거지를 끝낸 후, 뜨끈한 라면 국물 한 모금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새삼 깨달았다. 숯불에 구운 고기의 짭조름한 향은 깊어가는 밤하늘 아래 완벽한 마무리였다. 이 작은 휴식이 나를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지게 했다.
그날 오후, 우연히 한 화가를 만났다. 그는 커다란 화폭을 펼쳐놓고 옐로스톤의 풍경을 그리는 중이었다. 붓 끝에서 생동감 있게 피어나는 강과 산, 그리고 나무들. 나는 그의 옆에 서서 한참 동안 작품을 감상했다. 화가는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대화를 느꼈다. 내가 자연을 바라보는 동안, 자연도 나를 바라보는 듯한 묘한 감각이 들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그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감정과 사유가 물감으로 표현된 것 같았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날의 풍경과 만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내 과거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살아온 지난날의 바쁘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떠올랐다. 회사에서의 끝없는 경쟁, 끊임없이 얽히는 관계들. 한때는 그 모든 것이 나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관계의 줄다리기 속에서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옐로스톤의 대자연은 그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진정 무엇을 원하느냐?" 인간관계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진정한 나의 자리를 찾지 못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과거의 나를 다독이며 이제는 놓아주라고 말하는 듯했다.
화가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는 자연을 그리며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는 나만의 언어로 삶을 그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서서히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밤이 깊어가며 우리는 캠프파이어 앞에 모였다. 함께 온 일행들은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인간관계에 지쳐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한 친구는 말했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어. 우리가 너를 보듬어줄게."
그 말이 고마웠다. 옐로스톤의 밤하늘 아래, 별들이 빛나는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옐로스톤의 한가운데서 나는 결심했다. 과거를 뒤로하고, 나 자신을 위한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관계가 나를 지치게 하더라도, 그것이 내 삶을 지배하게 두지 않기로. 나는 여전히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옐로스톤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A Cross-U.S. Trip'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일차 기록(2016년 7월 9일/State of South Dakota) (3) | 2024.12.08 |
---|---|
부부간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합니다. 하물며. . . (3) | 2024.12.08 |
10일차 기록 (2016년 7월 6일, Salt Lake City) (3) | 2024.12.08 |
8.9일차 기록 (2016년7월4일-5일/ CANYON) (1) | 2024.12.08 |
7일차 기록 (2016년 7월 3일,Las Vegas) (2) | 2024.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