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표, 제주에서 다시 쓰다!
4일차 기록 (2016년 6월 30일/Yosemite National Park) 본문
이른 아침,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산속 해발 1800미터 지점에 있는 숙소 주변에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소복이 남아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름 한복판에 이런 풍경을 마주하다니, 대자연은 실로 경이롭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다. 어제까지는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계곡과 폭포를 즐겼는데, 오늘은 눈 덮인 봉우리들과 상쾌한 산바람이 나를 맞이하니, 마치 하루 만에 다른 계절로 건너온 기분이었다.
숙소는 고지대의 작은 산장 형태로, 나무로 지어진 외벽과 포근한 내부 인테리어가 이방인을 환대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맑은 공기와 청량한 새소리가 밀려들었고, 침대에 누우면 머나먼 도시의 소음 대신 바람과 나뭇잎의 속삭임이 귓가를 간질였다. 주인장이 정성껏 관리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이 공간은 여행자에게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삶의 리듬을 되찾아주는 휴식처였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빵과 과일,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해결했다.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며 설산과 녹음이 어우러진 이질적이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니, 머릿속 잡념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떠들썩한 관광객 무리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연에 젖어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무렵, 숙소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다. 발아래는 흙과 낙엽, 그리고 드문드문 남아 있는 눈밭이 섞여 있었다. 이곳에선 계절이 마치 경계를 넘나들며 장난을 치는 듯했다. 주변에서 스쳐 지나가는 다람쥐나 작은 새들의 경쾌한 움직임은 이곳이 그들 나름의 질서로 돌아가는 완전한 생태계임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저 잠시 지나가는 손님일 뿐, 이곳의 시간은 내가 떠나도 여전히 흐를 것이다.
해질 무렵, 산장의 창문 너머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따뜻한 조명이 켜진 실내에 앉아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마음 깊은 곳에 편안함이 깃들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나는 오롯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사위가 어둑해지자, 차분한 공기 속에서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고 있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숙소에서의 편안함이 합쳐진 오늘 하루는, 앞으로 이어질 긴 여행의 기억 속에서도 오래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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