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표, 제주에서 다시 쓰다!
5일차 기록 (2016년 7월 1일, 로스앤젤레스) 본문
요세미티의 산속을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오니, 마치 다른 세계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5일차, 이곳은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한동안 대자연 속에서 평온함과 위엄을 느꼈다면, 이제는 문명과 화려함이 넘치는 광활한 도시로 들어선 것이다. 빽빽하게 들어찬 빌딩 숲과 수많은 차량들, 유명 인사들의 흔적을 좇는 관광객, 눈부신 해안과 끝없는 쇼핑몰. 자연의 정적과 대조되는 이 도시의 활기는 마치 인간이 만든 또 다른 생태계처럼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택시나 버스 대신 직접 도로를 누비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차 적응 문제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미뤄뒀던 차량 임차를 여기서 실행에 옮겼다. 2대의 ‘엑스프로러(Explorer)’를 빌렸는데, 넉넉한 실내 공간과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 덕에 LA의 광활한 도로망을 달릴 생각에 기대감이 샘솟았다. 차를 몰고 베벌리힐즈나 멜로즈 애비뉴를 지나며, 수십 년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봐온 장면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낮 동안은 비교적 자유시간을 가졌다. 각자 흩어져 자신만의 속도로 도시를 느꼈다. 누군가는 할리우드 사인을 찾아 언덕으로 가고, 또 다른 이는 산타모니카 해변을 거닐며 맑은 바다를 즐겼다. 나 역시 차를 몰고 천천히 거리를 달리며, 곳곳에 자리한 푸드트럭에서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유명한 커피숍에 들러 여유를 만끽했다. 자연이 준 치유와 사색의 시간이 있었다면, 이제는 도시가 주는 자극과 활력을 흡수하는 시간이었다.
밤이 되자, LA 특유의 밤문화가 막을 올렸다. 블루스가 흐르는 작은 재즈 바, 반짝이는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클럽 거리, 그리고 루프탑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야경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여행 동료들과 합류해 부드러운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지난 나흘간 체험했던 다양한 풍경과 느낌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며 얻은 인상들은 한 자리에 모인 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5일차를 마무리하며, 이제 나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정이 단순히 풍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과 문명, 고요와 떠들썩함, 낯설음과 친숙함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내 내면에도 작은 균형과 변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Explorer의 핸들을 다시 잡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도시와 풍경을 향해 달릴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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